F.A.

3 Dots

▪ 테일러노믹스가 보여준 것처럼 K팝 콘서트는 지역 경제 활성화와 고용 창출 효과 등 우리나라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글로벌 스탠다드가 된 K팝의 흐름에 힘입어 국내에도 인스파이어 아레나, 서울아레나, CJ라이브시티 아레나 등 음악 공연 전문 아레나들이 생기고 있다.

▪ 세계 1위 엔터 전문 기업 AEG는 다른 아시아 국가와 차별되는 K팝만의 글로벌 경쟁력으로 한국 문화를 기반으로 하되 국제 관객을 타깃으로 삼는다는 점을 꼽았다.

 


 

BTS(방탄소년단) 콘서트 1회당 최대 1조 2,207억 원, 연 12조 원 이상의 경제효과가 날 것. 2022년 4월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하 문광연)이 밝힌 조사 결과다. 이유는 BTS 콘서트를 보기 위해 방문한 해외 팬들 덕분이다. 통상 콘서트 1회 관객 수를 6만 5,000명이라 가정했을 때 해외 관람객이 약 절반을 차지한다고 치면 예상 소비 창출 규모는 7,422억 원이다. 여기에 따른 고용 유발 효과도 1만 815명에 달한다고 한다. 문광연은 이러한 조사 결과를 통해 K팝 콘서트가 우리 경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미국에서는 타임지가 매해 선정하는 올해의 인물(2023)에 팝가수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가 이름을 올렸다. 타임은 “스위프트는 예술과 상업적 측면에서 핵융합 같은 에너지를 분출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실제로 그녀는 월드투어 콘서트, 디 에라스 투어(The Eras Tour)를 통해 전 세계를 누비며 어마어마한 경제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그녀가 콘서트를 위해 방문한 지역은 호텔· 식당 등 매출이 덩달아 급증하며 그녀의 공연 덕분에 2023년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43억~57억 달러(약 5조 6,000억~7조 4,000억 원) 정도 증가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과연 테일러노믹스(테일러+이코노믹스, 신조어로 테일러 공연이 열리는 곳마다 지역 경제가 되살아나는 현상을 지칭)답다.

 

올해 12월 8일까지 예정된 월드투어에 아쉽게도 한국의 이름은 빠져 있다. 옆나라 일본에서도 열리는데 왜 K팝 종주국인 한국이 빠졌을까. 한국의 공연 경제 규모가 작아서일까? 아니다. 지난해 콘서트를 비롯해 공연 티켓 거래액은 사상 처음으로 1조 원을 넘겼으며 브루노 마스, 샘 스미스, 찰리 푸스 등 유명 팝가수의 내한 공연은 티켓팅이 오픈되기가 무섭게 순식간에 매진되곤 했다.

 

문제는 공연장이었다. 디 에라스 투어에는 약 5만 석 규모의 대형 공연장이 필요하다. 국내 공연장 중에서는 잠실종합운동장과 상암월드컵경기장이 그 정도 규모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다. 그렇지만 잠실종합운동장은 노후화에 따른 리모델링에 들어가 현재 대관이 불가능하다. 참고로 과거 88서울올림픽의 상징이었던 잠실종합운동장은 이번 리모델링으로 관람석 수를 6만 5천 석에서 6만 석으로 줄이고 등받이를 추가하는 등 쾌적한 내부 환경을 조성할 예정이라고 한다. 거기에 더해 장애인 관람석도 358석 추가한다. 한강 물을 활용한 신재생 에너지인 수열에너지(하천 또는 수도관의 물 온도가 여름·겨울철 기온보다 차가운·뜨거운 특성을 이용해 건물의 냉난방 에너지로 활용하는 것을 지칭)를 활용한 친환경 냉방 시스템도 구축할 예정이다.

 

잠실종합운동장이 리모델링으로 대관하기 힘들다면 비슷한 규모의 상암월드컵경기장을 빌리면 되지 않을까? 문제는 상암월드컵경기장은 본래 공연장이 아닌 축구 경기장으로 설계되었기에 잔디 관리 문제로 대관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로 작년 잼버리 대회 때 폐영식 장소로 쓰이면서 10억 원을 투자한 잔디가 크게 훼손돼 세금 낭비란 비판이 일기도 했다.

 

이처럼 국내에는 음악 공연만을 위한 대형 공연장이 아주 적은 실정이다. 이 상황과 관련해 그간 브루노 마스, 아리아나 그란데 등 유명 팝가수의 내한 공연을 기획했던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디 에라스 투어 도쿄 돔 공연 영상을 올리며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잘 섭외해서 ‘헬로 서울’이라는 말을 들었어야 했는데 여기에 와서 ‘헬로 도쿄’라는 말을 듣는다. 각국 정부들까지 관심을 보인 섭외 각축전에 우리는 대형 공연장이 없어서 말도 꺼내지 못했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과 교수는 “한국의 경제 규모와 K팝 인기를 고려하면 3~5개 도시에 5만 석 이상의 아레나(1~2만 석 규모의 원형 실내 공연장)가 있어야 한다”고 말하며 국내에 대형 공연장이 부족한 현실을 꼬집었다. 세계 10대 도시 중 공연 전문 아레나가 없는 도시는 서울이 유일하다.

2023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테일러 스위프트 타임 표지 ⓒ 로이터 연합뉴스
인스파이어 리조트 외관 입구 ⓒ Mohegan Tribe

음악의, 음악에 의한, 음악을 위한

K팝 팬들과 관계자에게 국내 대형 공연장 설립은 하나의 숙원처럼 남아있다. 대규모 토목 공사를 필요로 하는 터라 단기간에 이뤄지기는 힘들겠지만, 이런 수요에 발맞춰 대형 공연장이 속속 건설될 예정이다. 이 중 가장 먼저 베일을 벗은 건 인천 영종도에 있는 인스파이어 아레나(INSPIRE ARENA)다. 영종도는 인천국제공항이 위치한 섬으로 간석지를 매립해 조성한 인천공항 외에는 특별한 볼거리가 없는 지역이었다. 그런데 이곳에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가 들어섰고 엔터테인먼트 부대 시설 중 하나로 공연장인 인스파이어 아레나가 세워졌다.

 

리조트는 1,270여 개의 객실과 카지노, 워터파크, 연회장, 식당 등을 갖췄다. 파라다이스 시티에 이어 영종도에 생긴 두 번째 복합 리조트인 이곳은 미국의 모히건(Mohegan)을 모기업으로 두고 있다. 모히건은 전 세계적으로 카지노, 공연장, 숙박 등 복합 리조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인스파이어 아레나 또한 모히건 선 아레나(Mohegan Sun Arena)를 모델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스파이어 아레나의 특징은 무엇보다 음악 공연을 중심에 뒀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건설 시작 단계부터 공연만을 생각한 설계로 관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일 순위로 두었다. 음향, 좌석, 조명, 천장, 바닥, 벽, 방송시설 등 모든 요소가 공연에 최적화되어 있다. 스포츠 경기를 위해 만들어진 국내 다른 공연장과는 확실한 차별점을 자랑한다. KSPO DOME(구 체조경기장), 고척스카이돔, 장충체육관 등 국내 4,000석 이상 규모의 공연장 중 그간 음악 공연만을 위해 설계된 시설은 없었다. 인스파이어 아레나는 이런 사각지대를 포착해 탄생했다. “오랜만에 음악을 위한 공간인 아레나에서 노래하다 보니 노래하는 게 즐거워요.” 올해 1월 말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AKMUTOPIA> 콘서트를 했던 악동뮤지션의 이수현은 위와 같이 밝히기도 했다.

인스파이어 아레나 공연장 내부 모습 ⓒ Mohegan Inspire Entertainment Resort
모건 인스파이어 연회장 전경 ⓒ Mohegan Inspire Entertainment Resort

소리가 머무는 움직이는 무대

음향부터 살펴보자. 인스파이어 아레나는 PA(Public-Address system) 사운드 브랜드이자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메이어 사운드(Meyer Sound)의 음향 시스템을 선택했다. 세계적인 PA 사운드 기업이 참여했다는 의미는 건축 설계부터 음향을 고려해 건물 내 최적의 음향 환경과 청취 조건을 조성했다는 뜻이다. 장현기 인스파이어 아레나 제너럴 매니저(GM) 설명에 따르면 벽면은 흡음재로 설치했고 냉난방으로 인한 유속까지 고려해 음 왜곡도 최소화했다고 한다. 잔향 시간은 3~4초가량으로 유지하고자 했는데, 건축 음향에서 잔향이 중요한 이유는 마이크와 같은 확성기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실내의 자연적인 울림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잔향이란 음원이 진동을 그친 뒤에도 음이 계속 들리는 것을 의미한다. 공연장에서 악기 연주가 아름답게 들리는 것 역시 악기에서 나온 음이 벽에 몇 번이나 반사돼 연주가 끝난 뒤에도 실내에 음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공연장은 목적에 따라 알맞은 잔향 시간을 유지한다. 보통 공연장 체적(건물의 면적과 천장 높이까지 계산한 단위, 부피라고 이해하면 편하다)이 1만m³에 좌석이 1,000석인 경우 잔향 시간의 범위는 1.3~2.1초가 적당하다. 현존하는 공연장 가운데 음향이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되는 오스트리아 빈의 무지크페어아인잘(Musikvereinssaal)은 객석에서의 잔향 시간이 2.0초에 이른다. 인스파이어 아레나 또한 이 점을 놓치지 않았다. 실제로 공연을 관람한 관객들이 이구동성으로 높이 평가한 항목이 음향이었다. 작년 12월 동방신기 콘서트 <20&2>를 관람한 한 관객은 “라이브와 AR이 확연히 구분될 정도로 음질이 선명해 너무 만족스러웠다”란 평을 남겼고 다른 관객은 “(가수의) 숨소리도 그대로 들리며 창법이 고막에 때려 박힐 정도로 잘 들려 미쳤다는 소리밖에 안 나왔다”고 생생한 후기를 남기기도 했다.

 

두 번째로 다양한 퍼포먼스 연출이 가능하도록 가변식 무대를 설치했다. 아레나 총면적은 1만 5천m² 규모(가로 136m, 세로 125m, 높이 40m)이며, 바닥부터 그리드까지 해당하는 내부 높이는 23m이다. 여기에 가변식 객석을 설치해 무대 구성은 T자 돌출형, 360도, 스탠딩 등 다양하게 구성할 수 있다. 가변 좌석을 모두 제거하면 넓은 플로어를 사용하는 컨벤션 행사 및 대형 전시까지 가능하며 스포츠 경기장 등으로도 쓰일 수 있다. 실제로 인스파이어 아레나는 월드테이블테니스(WTT)와 파트너십을 체결해 올해 3월 총상금 30만 달러(약 4억 원)를 두고 세계 최정상 탁구 선수들이 경쟁하는 WTT 챔피언스를 개최할 예정이다. 

 

다음으로는 튼튼한 바닥 및 천장의 하중을 살펴볼 만하다. 아레나 상부 천장에는 180개의 리깅 포인트가 있고 각 포인트에 조명, 플로어 등 무대 구조물을 설치할 수 있다. 참고로 리깅(rigging)은 조명, 음향, 구조물 등 공연 장치를 설치하는 것을 통칭한다. 각 포인트 최대 하중은 1톤, 천장 동시 하중은 102톤이다. 비슷한 규모의 KSPO DOME이 40톤인 점을 고려하면 인스파이어 아레나는 2.5배 이상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 장현기 매니저는 “천장뿐만 아니라 바닥도 콘크리트로 마감돼 하중 제한이 없다. 탱크가 와도 끄떡없다”고 아레나의 특장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감독들이 공연장을 대관할 때 먼저 물어보는 질문 중 하나가 바닥과 천장의 하중이다. 하중에 따라 연출할 수 있는 무대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작년 12월, 솔로 콘서트 <METAMORPH>를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개최한 샤이니 태민은 오프닝 무대로 천장에 달린 무대에서 360도 회전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관객석도 훌륭하다. 최대 1만 5천 석 규모로, 비슷한 규모의 공연장인 KSPO DOME보다 많고 4만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고척 스카이돔보다는 적다. 의자는 플라스틱 재질의 딱딱한 의자가 아닌 쿠션감 있는 등받이 의자로 설치해 쾌적한 환경에서 관람이 가능하다. 무대와 관객석 간 거리도 신경을 썼다. 인스파이어 아레나는 75m이고, KSPO DOME은 85m이다. 이는 좌석의 단차 설계를 다르게 했기 때문이다. 인스파이어 아레나는 좌석 단차가 25~45cm로 타 실내 경기장보다 높은 편이다. 높은 단차로 시야에 앞 사람의 머리가 걸리지 않아 탁 트인 느낌을 주며 좌석 간 여유 공간도 확보돼 편안하게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키네틱 샹들리에가 설치된 시그니처 공간 로툰다 ⓒ Mohegan Inspire Entertainment Resort
총 156개의 디지털 LED 패널로 이루어진 샹들리에 ⓒ Mohegan Inspire Entertainment Resort

공연 전 대기 공간도 세심하게 디자인했다. 로툰다(Rotunda)라는 이름의 대형 다목적 로비 공간이 눈길을 끈다. 로툰다의 사전적 의미는 원형 홀이 있는 둥근 지붕의 건물을 의미한다. 가장 대표적인 로툰다형 건물은 미국 뉴욕에 있는 솔로몬 R. 구겐하임 미술관(Solomon R. Guggenheim Museum)이다. 20세기 미국 최고의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가 설계한 이 특이한 달팽이 형태의 미술관에는 나선형으로 구성된 전시 공간이 있다. 이곳의 명칭 또한 로툰다로 관객들은 경사진 복도를 따라 걸으며 동선 옆으로 나 있는 전시 공간에 들어갔다 나왔다 하며 순차적으로 전시를 관람한다. 국내에는 리움 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이 이러한 나선 형태를 활용했다. 인스파이어 로툰다 로비에는 약 5~6천 명의 관객이 대기할 수 있는데 정중앙에는 키네틱 샹들리에를 설치해 감각적인 미디어 아트를 선보인다. 샹들리에는 위아래로 접혔다 펼쳐지며 LED 패널에서 연출되는 다양한 그래픽을 선보인다. 지금도 매시 15분과 45분에 패널의 움직임을 관람할 수 있다.

 

이렇게 자랑할 것이 많은 인스파이어 아레나에도 역시 아쉬운 점은 있다. 실제로 공연장을 이용한 관객들 대다수가 교통과 접근성을 단점으로 꼽았다. 아레나는 영종대교를 건너야만 갈 수 있는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인근에 있다. 그나마 가장 가까운 버스 정류장까지는 2km, 약 30분을 걸어가야 한다. 특히 공연이 끝난 후에는 수많은 관객 인파가 나오면서 극심한 교통 정체가 빚어진다. 인스파이어 리조트 측에서 공항까지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하지만, 최대 1만 5천여 명이나 되는 관객을 한 번에 감당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몇몇 관객은 대중교통을 이용했는데 인천공항에 가는 셔틀을 타기 위해 2시간이나 기다렸다고 한다. 

 

반면 국내 팬들에게는 아쉬움이 남지만, 해외 팬들에게는 위치가 최적이다. 공항 인근에 공연장과 리조트가 있으니 숙박, 관광, 공연까지 다 해결할 수 있다. 모히건 인스파이어 최고 마케팅책임자 마이클 젠슨(Michael Jensen)은 “인스파이어 아레나는 위치적으로 국제적인 사업 수완이 될 것이다. 추후 주변 관광 개발도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낙관했다. 장현기 매니저는 “해외 팬들이 비교적 찾기 쉬운 인스파이어 아레나의 영종도 위치 선정은 추후 국내 어떤 대형 공연장이 설립돼도 충분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부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래서일까 벌써 해외 유명 팝가수들의 내한 공연장으로 낙점되었다. 세계적인 밴드 마룬 파이브는 올해 3월 이곳에서 내한 공연을 할 예정이다. 

약 2만 평, 2만석 규모의 CJ라이브시티 아레나 예상 조감도 ⓒ CJ
서울아레나 예상 조감도 ⓒ 연합뉴스

아레나의 시대, 글로벌 스탠다드가 되어가는 K팝 공연 

K팝의 세계적인 인기에 발맞춰 인스파이어 아레나 외에도 국내 곳곳에 공연 전문 아레나가 생기고 있다. 먼저 서울 도봉구 창동 일대에 생기는 서울아레나에는 아레나(약 1만 8천석), 중형공연장(약 2천 석), 영화관(7개 관), 대중음악 지원시설이 주요 시설로 들어설 예정이며 2027년 오픈이 목표다. 카카오가 설계, 시공, 운영사이며 완공되면 국내에서 공연을 목적으로 지어진 아레나 중 관객 수용 수가 가장 많은 공연장이 될 것이다. 서울아레나는 도봉구의 숙원 사업이자 서울 동북권 최대 문화복합시설 프로젝트로 꼽힌다. 만약 서울아레나가 완공돼 오픈된다 면 도봉구 재개발·재건축 흐름, GTX-C노선,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 등 개발 호재와 맞물려 도봉이 K-콘텐츠 관광의 메카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폭제가 될 것이다. 

 

경기 고양시 일산에는 CJ라이브시티 아레나가 들어설 계획이다. CJ라이브시티는 문화가 없으면 나라가 없다는 문화보국(文化保國) 일념 아래 문화사업을 펼쳤던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숙원사업 중 하나다. CJ라이브시티는 세계 최초 K-콘텐츠 경험형 복합단지를 표방한다. 음악 디스트릭트(Music District), 글로벌 콘텐츠 비즈니스 타운을 비롯해 상업·숙박시설 및 친환경 생태 공간 등이 단지 내 조성될 예정이다. 무엇보다 메타버스로 가상 공간을 동시 구현한 버추얼 라이브시티(Virtual Live City)를 통해 현실과 상호 연동된 가상 세계를 선보여 시공간을 초월한 사용자 간의 실시간 상호 교감 및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복합단지를 구상 중이다. 

 

CJ라이브시티 아레나의 경우 2만 석 규모의 실내 좌석과 4만 명 이상 수용할 수 있는 야외 공간이 연계되어 실내외 공연의 경계를 허무는 컨셉으로 지어질 예정이다. 미국 LA에 본사를 둔 세계 1위 엔터테인먼트 전문 기업 AEG와 협력해 추후 공연 기획 및 프로모션을 진행할 예정이다. AEG는 테일러 스위프트, 에드 시런, 저스틴 비버 등 해외 최정상 아티스트들과 월드 투어를 성공적으로 이끈 기업으로 300개 이상의 공연장 운영 노하우와 스폰서십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아레나는 2024년 연내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AEG 아시아 태평양 대표인 아담 윌크스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K팝의 글로벌화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아시아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20여 년간 일하면서 아쉬웠던 점이 하나 있다. 일본·인도·동남아 등 대부분 아시아 가수는 국내 관객에만 초점을 맞춘다는 점이다. 그런데 K팝은 달랐다. K팝 아티스트는 한국 문화를 기반으로 성장했지만, 국제 관객을 타깃으로 하는 점이 인상적이다. 어느 나라 관객이 봐도 멋있을 만한 무대를 만든다. K팝은 지나가는 유행이 아니라 새로운 음악 장르가 됐다.” K팝이 단순히 한국(만의) 대중가요가 아닌 장르적으로 하나의 글로벌 스탠다드가 되었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이런 흐름 속에서 국내에 음악 전용 아레나들이 생기는 건 상당히 고무적이다. 음악 생태계와 팬들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더 나아가 지역과 도시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담 월크스는 도시와 아레나의 상관관계에 대해 다음의 사례를 들어 말했다. “미국 LA크립토닷컴, 영국 오투 아레나를 건설하면서 도시의 다이내믹(역학)을 바꾼 적이 있다. CJ라이브시티도 그런 효과를 낼 것이다.” 국내 아레나가 글로벌 스탠다드 K팝 공연 문화를 어떻게 진화시켜 나갈지, 마치 테일러 스위프트가 전 세계 투어를 통해 보여준 것처럼 하나의 K팝노믹스를 펼쳐나갈지 기대되는 대목이다.